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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이후드

by 소해 2021. 9. 7.

 세상에 ‘완벽한 부모’가 존재할까? 누구나 부모라는 경험은 처음 해 보기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실수하고, 반성하고, 배우는 것을 반복하며 자녀에 대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 <보이후드>는 작은 소년 메이슨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영화이다. 나는 메이슨의 엄마로서 ‘완벽한 부모’가 되려 하는 영화 속 다른 인물, 올리비아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집중했다.

 메이슨의 부모는 메이슨의 어린 시절부터 헤어져 살게 된다. 어린 날의 실수로 부모가 된 탓일까, 두 사람은 떨어져 살기 시작하며 ‘완벽한 부모’가 되는 것에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두 사람은 계속해서 싸우기만 하는 부모였기 때문에. 하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완벽한 부모’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특히 메이슨의 엄마는 싱글맘으로서 두 아이를 키워내기 위해 발버둥 쳤다.

 메이슨의 엄마 올리비아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아이들의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들의 바로 옆에서 그들과 함께하는 올리비아는 아이들이 자신의 성공으로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뒤늦게 대학에서의 공부를 시작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엄마로서의 삶은 올리비아를 지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나도 때론 평화롭게 영화도 보고 싶고, 클럽도 가고 싶어. 그래 본 게 언젠지 기억조차 안 나. 나도 이젠 엄마야! 다 포기하고 산다고!” 초반부 올리비아의 대사처럼 올리비아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피곤해진 것이다. 올리비아는 아이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한 채 자신만의 삶을 찾는다. 계속되는 올리비아의 사랑 이야기와,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 없이 공부하는 데에 시간을 보내는 그녀의 모습이 이를 뒷받침한다. 자신의 행복이 아이들에게도 전파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그녀의 행동들이었을 것이다.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한 스스로의 확신 중 일환이었을 뿐이다. 

 결국 올리비아는 똑똑해짐으로써 성취할 수 있는 성공을 얻었다. 그녀는 훌륭한 교수가 되었고 남들의 존경을 받는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너무 멀어진 엄마의 모습이 아이들에게도 다가가기 힘들어져 버린 것이 아닐까. 수많은 학생 앞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올리비아의 모습과, 그 강의실 맨 뒷자리에 앉아 멀찍이서 엄마를 기다리는 메이슨의 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는 카메라는 마치 멀어져 버린 모자의 관계를 나타내는 듯했다. 올리비아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강의실에서 많은 학생들은 맨 뒷자리 메이슨의 모습을 완전히 가리고, 감춰진 메이슨의 모습은 머리카락도 찾아볼 수도 없는 상태였다. 마치 메이슨을 위해 올리비아가 시작해 이루어낸 것들이 메이슨을 완전히 덮어버린 것처럼. 

 영화의 후반부에서 여태껏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해 수행한 자신의 노력들을 줄곧 믿어왔던 올리비아의 확신이 깨지고 말았다. 자신이 성공하면 아이들과 함께 행복할 줄 알았던 올리비아는 아이들이 하나 둘 자신의 곁을 (들뜬 채로) 떠나는 모습에 허무함을 느낀다. 동시에, 올리비아는 자신의 노력이 잘못되어 자녀들이 자신을 떠나는 것인가 하는 회의감에 울분을 터트린다. “결국 내 인생은 이렇게 끝나는 거야. 사만다도 대학 보내고, 너도 대학 보내고... 이젠 뭐가 남았는지 알아? 내 장례식만 남았어. 난 그냥... 뭐가 더 있을 줄 알았어.” 메이슨이 떠나기 전, 그녀가 느낀 회의감을 나타내는 대사. 아이들이 떠나면서 느끼는, 엄마로서 가졌던 평생의 확신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된 말을.

 올리비아의 방식이 잘못되었는가? 라고 물으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중반부, 메이슨에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라고 말하는 올리비아는 이미 자신이 완벽한 엄마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올리비아 또한 어린 나이에 ‘엄마’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어 서툴렀을 뿐, 자신의 삶이 엉망진창이라고 말하는 자식의 행복을 위해 올리비아는 자신이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자신의 방식으로 해내었다. 올리비아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완벽한 엄마’는 될 수 없을지언정, 자식을 위해 ‘노력하는 엄마’의 역할은 해냈다. 올리비아의 모성애는 엄마의 노력으로 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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