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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밀양

by 소해 2021. 9. 10.

 

 누구에게나 마음의 안식처가 있다. <밀양>의 주인공 신애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아들과 밀양으로 향한다. 신애의 죽은 남편만의 안식처가 밀양이었기에, 그는 항상 밀양을 그리워하며 살았기에. 신애는 그곳이 자신의 안식처도 될 수 있다는 부푼 기대와 함께 밀양에서 살게 된다.

 새로운 터전에서 신애의 새로운 시작은 순탄히 흘러가지 않는다. 새로운 집 맞은편 약국의 약사는 신애를 마주칠 때마다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웃 옷가게 사장은 신애가 가게의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을 제안했다는 이유로 동네 아줌마들과 뒷담화를 하기도 한다. 동네 사람들은 서울에서 온 신애를 어색하게 바라보기만 한다. 밀양은 신애를 받아들이지 못해 겉돌게 하고, 신애는 그런 그 틈에서 조금이라도 더 당당해 보이기 위해, 능력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허세를 부린다. 안식처이고 싶었던 밀양에서 신애는 진짜 자신의 삶을 숨긴다.

 신애의 아들 준이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신애의 허세가 자극이 되어 돈을 탐낸 유치원 원장이 준을 납치하고 죽이기까지 한다. 아들이 사라진 후 신애는 점점 위태로워지고, 새롭게 살아가고 싶다는 이유로 찾은 밀양에서 아들을 잃은 그녀는 불안정해진다. 그녀는 새로운 안식처를 찾기 시작하고, 그곳이 바로 교회가 된다. 우연히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기도’에 간 신애는 준의 시신을 보았을 때도, 장례식에서도 꾹꾹 삼켜오던 눈물을 쏟아낸다. 자신처럼 상처받은 곳이 모인 사람들 틈에서 신애는 처음으로 소리를 내어 울고, 목사의 손길에 누군가 자신을 위로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가슴으로 느끼며 다시 태어난 것 같다고 말하는 신애. 하나님의 뜻에 따라 그녀는 아들을 죽인 사람을 용서해 주기로 결심한다. 하나님은 신애에게 새로운 안식처를 마련해 주었으므로 그의 뜻에 따르기 위해 다짐한 것이다. 하지만 범인을 만난 후 그녀의 평화가 깨진다. 하나님은 신애뿐만 아니라 범인에게도 안식처를 마련해 주어 안정을 주었기에, 그를 용서해 주었기에 그녀의 신앙심과 평온에 금이 간다. 신애를 위한 것이 아닌 자신들의 신앙을 위한 교회 사람들의 모든 말을 의심하고, 존재하지 않는 하나님을 원망한다. 또 다시 안식처라 여기던 곳이 사라진 신애는 방황한다.

 그런 그녀에게 기댈 수 있는 곳이란 없는 것일까? 나는 카센터 사장 종찬이 그녀에게 안식처가 되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종찬의 역할이 크지는 않다. 신애의 곁을 지켜주기만 할 뿐. 신애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따라다니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종찬의 앞에서 신애는 울고 짜증을 내기도 하며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애가 미용실에서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살인자의 딸을 마주하고 뛰쳐나와 직접 머리카락을 자를 때도 종찬은 가만히 거울을 들어준다. 아쉽게만 느껴지던 포스터의 ‘이런 사랑도 있다…’란 슬로건은 종찬의 묵묵한 사랑과 신애의 안식처가 되어 준 그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밀양도, 종교도 이루어주지 못한 신애의 평온은 결국 종찬이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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